프랑스에 이민 온 할머니는 가난한 프랑스 남자와 결혼했다. 세계대전 중 남편이 게슈타포들에게 잡혀가 가족들과 몇 해 동안 헤어져 살아야 했고, 아들도 잃었다. 이민과 전쟁, 가난 등 삶의 여러 고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한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는 지금은 홀로 남아 지난 인생을 행복하게 추억한다. 이 책 속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들이 담겨 있다. 생각하기에 어려운 물음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거야.”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하면 된다.” “누가 사는 게 쉽다고 그랬어? 그리고 사는 게 쉽다면 그 삶이라는 건 지루한 것 아닐까?”와 같이 할머니가 삶 속에서 얻은 생생한 깨달음들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 또한 가정에서, 학교에서 많은 고민과 문제들을 안고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러한 고민과 문제들도 소중한 가치가 있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이 선택한 일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할머니의 삶의 흔적들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세르주 블로흐의 삽화와 시집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이 이야기에 감동을 더해 준다. 중간 중간 어린이 독자들에게 “너는 어때?”하고 질문하여 책을 읽는 재미와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할머니는 혼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는 문을 꼭 잠근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도 차 마시러나 가끔 찾아온다. 젊어서는 책과 등산, 뜨개질을 좋아했던 할머니지만 이제 눈도 침침하고,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아 마음껏 취미를 즐길 수도 없다. 뽀송뽀송하던 피부는 쪼글쪼글해지고, 새까맣던 머리카락도 새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한다. 얼굴의 주름살들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기 때문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프랑스 남자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던 중 끔찍한 전쟁도 경험했다.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 슬프고 괴로웠던 순간들이 마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할머니는 매일 추억을 돌리는 기계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자식들을 생각하며 엄마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시 한 번 젊어지면 좋겠냐는 손자들의 질문에 할머니는 대답한다. “아니, 내 몫의 젊음을 살았으니 이젠 늙을 차례야. 내 몫의 케이크를 다 먹어서 나는 배가 불러.” 할머니는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경치도 보았고, 험난한 길도 보았다. 삶은 힘들기도 했고 달콤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