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서유기가 찾아온다, <미후왕(美候王 KING MIHU)>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가벼운 우스개소리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누구에게나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중국 4대 고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서유기>는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비단 소설뿐 아니라 만화, 영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서유기>가 사용된 장르 또한 다양하다. 그 끊임없는 시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유기>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박진감과 재미가 있다. 수없이 다른 버전으로 재생산되어온 <서유기>가 이번에는 무협과 환타지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무협 소설계의 거장으로서 오랫동안 군림해온 사마달이 신서유기, <미후왕> 1, 2권을 출간했다(전10권 예정). 지금껏 <대도무문>, <달은 칼 끝에 지고>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그의 필력이 드디어 중국의 고전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에 도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서유기 해석으로서의 <미후왕>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 천한 요괴라는 신분적 한계를 가진 손오공 일행이 천계의 기득권 세력에 항거하고 비판하는 구도를 취함으로써 작금의 세태에 대한 통렬한 조롱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미후왕>에서의 손오공은 ‘요괴’라는 특이한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난다. 손오공 미후왕은 기득권 세력을 위협하는 이단아이자 억압받고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혁명가이기도 하다. 천계의 선인들이 손오공을 괘씸하게 여기는 것은 손오공이 천계의 기득권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가의 새로운 해석이다. 이밖에도 손오공을 잘생긴 미청년으로 형상화한 점, 손오공을 사랑하는 여인과 손오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새롭게 등장시킨 점, 의형제에서 적으로 갈라진 동주육마왕과 손오공의 끝없는 우정과 복수, 배신을 부각시킨 점 등은 원전에는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2004년 일간스포츠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미후왕>은 현재는 포털 인터넷 사이트 다음(http://comic.daum.net/big_event/novel/samadal/top/index.jsp)으로 자리를 옮겨 매일 아침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다음으로 옮긴 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특히 장르 문학의 한정된 마니아층이 아닌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점. <미후왕>은 앞으로 5개월에 두 권씩 총 10권 완간을 예정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 모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대만, 일본을 상대로 이미 특정 출판사들과 물밑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미후왕>이 한창 한류붐을 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미 만화 쪽으로도 제작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미후왕>을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임기획사 쪽의 의뢰도 여러 건 들어와 있는 상태라 추후 게임으로 만날 가능성도 높다.
★ 작가 사마달이 말하는 미후왕 창작의 계기 10여 년 만에 정말 신나게 글을 쓰고 있다는 <미후왕>의 작가 사마달. 그는 어째서 수없이 재생산되고 끊임없이 변형되어온 <서유기>,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 새로운 <서유기>로서의 <미후왕>을 집필하게 되었을까. 그가 말하는 <미후왕>의 집필 동기를 들어본다. <서유기>는 중국의 사대기서 중 하나이자 동양을 대표하는 환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손오공의 캐릭터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이며 또한 인구에 회자되는 수많은 작품들이 <서유기>에서 소재를 따왔다. 허영무의 <날아라 슈퍼보드>,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 미네무라 카즈야의 <최유기> 등의 만화도 <서유기>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작 소설 <서유기>는 같은 사대기서인 <삼국지>나 <수호지>에 비해 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호응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때 <서유기>에 심취해 몇 번이나 읽었던 내게 그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서유기>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스토리 구조가 너무 단순한 나열식이며 등장인물들 또한 여타 다른 작품에 비해 평면적이며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십여 년 전, 나는 언젠가 이러한 아쉬운 부분을 채워 <서유기>를 새롭게 각색해 보기로 결심했다. 낡은 구성을 현대식으로 과감하게 탈바꿈시키고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도 작가 나름대로의 특징을 부여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파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본래의 낡은 옷을 과감히 벗겨버리고 새옷을 입히겠다는 취지에서 그 파격을 전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어쩌면 근두운보다 더 빠를지도 모를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손오공을 비롯한 <서유기>의 인물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사뭇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강력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서의 <미후왕>이 21세기의 손오공을 얼마나 멋지게 그려낼지 주목해보자.
★ <미후왕>은 기존의 <서유기>와 무엇이 다른가?
1. 인간형상의 의인화 원작 <서유기>를 보면서 난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요괴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감추고 멋진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패하거나 죽으면서 자신들의 추악한 본체를 드러낸다. 그런데 주인공인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은 뛰어난 술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볼품없고 흉칙한 요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간에겐 모두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서유기>의 주인공들만 원숭이나 돼지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미후왕’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지닌 주인공 손오공이 늘 초라한 원숭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독자가 주인공에 매료되어 독자 스스로 주인공화하게 되는 기본 욕구를 차단하는 설정이라고 느껴졌다. <미후왕>에서는 손오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에 과감한 성형 메스를 대었다. 저마다 개성 있고 아름다운 인간형상의 멋진 요괴를 만나 보기로 하자.
2. 자유의지와 강한 개성의 등장인물 손오공이란 존재는 본래 미천한 요괴 출신으로 천계의 입장에서 보면 하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원작을 보면 손오공을 비롯한 저팔계 사오정 등은 삼장과 함께 서천으로 가서 불경을 얻어오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들의 천한 신분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미후왕>에서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변화시킨다. 손오공은 남의 힘을 빌어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기득권층인 천계에 끝없이 도전한다. 원작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은 ‘긴고주’라는 물리적인 금제 때문에 어쩔수 없이 삼장과 동행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진행이 늘 답답하고 지루했다. 이 또한 철저하게 수정을 가했다. 물리적인 제약 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삼장과 함께 서천으로 가는 자유의지를 지닌 개성 강한 미후왕을 탄생시켰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또 어떠한가. <미후왕>에서는 저팔계와 사오정이란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저팔계의 전생인 천봉원수(천계의 수군제독)와 사오정의 전생인 권렴대장(옥황상제의 호위대장)이 등장할 뿐이다. 이를 통해 오래전부터 저팔계와 사오정이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서유기> 탄생 이래 수백 년 동안 독자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미후왕과 얽힌 죄로 인해 천계를 탈출한 그들이 오백 년 후 미후왕과 재회하면서 대장정에 합류하게 된다.
3. 라이벌의 설정과 러브스토리 앞에서 언급했지만 원작 <서유기>는 극히 단순한 나열식 구성이다. 서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여러 가지 사건을 풀어놓은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전반적으로 주도하는 손오공에게 이렇다 할 공포의 라이벌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남녀간의 애정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되었다. 작가가 <미후왕>을 집필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 바로 라이벌과 여인의 설정이었다. 작품의 초기부터 등장하는 주인공의 여섯 의형제들을 미후왕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설정하였고, 이들은 자신들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서천으로 가는 미후왕 일행을 철저히 방해한다. 소설 <미후왕>은 동주육마왕이라 불리는 그들 여섯 명은 물론 그들이 조종하는 요괴들과 미후왕 일행과의 승부인 것이다. 물론 이들 배후에는 천계의 원시천존이 마련한 거대한 음모가 자리하고 있다. 여인의 등장은 소설 미후왕의 재미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주인공의 애정 문제가 작품 전반에 걸쳐 다뤄지는데, 주인공 미후왕이 사랑하게 되는 선녀 ‘백려’와 미후왕을 사랑하다가 원수가 되어버린 여인 ‘옥면공주’의 가슴아픈 사연이 흥미 있게 펼쳐진다.
4. 피로 맺은 우정 미후왕과 동주육마왕은 본래 피로 맺은 의형제들이다. 비록 동주육마왕이 원시천존과의 계약으로 미후왕 일행의 서천행을 방해하지만 그들의 가슴속엔 아직도 깊은 우정이 남아있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이들의 우정이 원시천존의 모든 계획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