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에 사는 단후는 아빠와 함께 화단을 가꾸기로 한다. 가을부터 정성껏 모아둔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새싹이 자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지나는 어른들은 자신들이 사는 회색 콘크리트 공간이 곧 예쁜 꽃으로 덮일 거라며 좋아하고 단후를 칭찬한다. 그러나 화단에서 피어난 것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들이고, 어른들은 화단에 잡초를 심었다면서 꽃을 모두 뿌리째 뽑아버린다. 아이에게는 그 꽃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인지, 아니면 식물원이나 꽃가게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깔의 개량된 꽃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아빠와 함께 꽃밭을 만들기 위해 씨앗을 모으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면서 가꾼 시간들이 중요하다. 꽃을 가꾸면서 들꽃 하나하나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성껏 보살피고 가꾼 꽃들이 마침내 꽃망울을 부풀리며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어른들은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피자 함부로 뽑아버리고, 나중에 잡초라고만 여기던 풀에서 예쁜 꽃이 피어나자 다시 감탄하며 부러워하는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글도 그림도 모두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고 차분하여 도리어 호소력이 있으며, 맑은 연둣빛과 짙은 청색 등 자연스러운 색감의 변화가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잘 드러내 보인다. 부록에는 애기똥풀, 개망초, 엉겅퀴, 꽃향유, 여뀌, 무릇 등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들꽃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실었습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