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사랑하며……. '사랑해서 아팠고, 사랑 못해서 아팠다.' 요절한 어느 중국 시인의 짧은 숨결이 피천득 수필 〈오월〉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가슴에 파문이 번졌습니다. 사랑하였기에 실연하였기에 아파만하였던 슬픈 시인이 아픕니다. 산다는 것을 어림해 보니 넉넉잡아 ‘사랑도 반, 아픔도 반’입니다. 그 아픔을 요리조리 피해 가지는 못해도, 그 쓰디 쓴 고통의 나날이 나대지 말고 사랑이라는 포근한 둥지에서 새근새근 잠자기만 바랄 뿐입니다. 슬픔과 화냄이 떠나가면 기쁨과 즐거움이 찾아오는 엄숙한 순환 - 희로애락 - 은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교직이기에, 벗어 날 수 없는 우리네 세월의 궤적도 반은 사랑이고 반은 고통입니다. 다만 사랑과 아픔의 균형이 깨지는 슬픈 뜨락을 빗겨만 간다면 그것은 행복이겠지요. 깊은 순수를 드러내는 것이 수필입니다. 현대 에세이는 눈여겨 볼만한 변모를 거듭해 왔으며, 우리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이 사랑과 슬픔의 각축에서도 애오라지 질박한 사랑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윤모촌, 정진권, 서숙, 박장원의 사랑과 아픔을 [그는 비우고, 그녀는 채우고]에 한데 모았습니다. 윤모촌 선생님의 선비정신에서 숨쉬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산문 격조가 찬찬하고, 정진권 선생님의 진솔하고 애틋한 감성을 보듬은 범상하지만 심상찮은 이야기가 생생하고, 서숙 선생님의 단아한 모습을 머금은 은은한 문체에서는 빛을 토해내는 인생사상의 명징한 시선이 잔잔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슬픔은 가고 사랑은 남는지요. 기쁨과 사랑만 남으리니 슬퍼하거나 화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사랑을 사랑합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