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최신작인 <유언장>에서 존 그리샴은 예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 발빠른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끌어낸 논쟁적인 주제,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으로 한번에 명쾌한 결말로 줄달음치는 솜씨는 발휘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훨씬 내밀해지고, 신중해지고, 깊이를 갖추었다. 특유의 유머 넘치는 문장과 흥미로운 사건 전개, 법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다룬 솜씨도 더욱 좋아졌다. 거기에 덧붙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문명과 자연을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인간 군상과 현 사회를 너그럽게 대하기까지 함으로써 스릴러라는 장르에 휴머니즘을 불어넣는 자신의 장기를 절묘하게 발휘하고 있다.
걸출한 사업가이자 억만장자인 트로이 필런이 투신 자살을 한다. 그가 남긴 건 배다른 자식들과 110억 달러의 유산, 그리고 전 재산을 숨겨진 사생아에게 물려준다는 자필 유언장 한 장. 유어장 무효화에 필사적인 유족들과 필런의 뜻을 따르려는 변호사들 사이데 지저분한 소송이 붙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알코올 중독 변호사 네이트 오라일리는 미지의 상속녀를 찾아 브라질 밀림 속의 원시 부족을 향해 떠나는데...
존 그리샴은 문명인의 오만한 시선에 비친 원주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브라질 밀림의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 보이면서, 문명의 어둡고 습한 그늘 밑에 감추어진 더없이 너절하고 초라한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통쾌한 스릴러의 묘미에, 이제는 내밀한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 존 그리샴.
이 소설은 그가 세상과 인간의 삶에 던지는, 따뜻하면서도 쾌활한 한 편의 우화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