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1. 막힌 퇴골이 나의 출구다
시골에 뿌리내리는 법
봄이 오니 마당의 짐승들도 바빠지네
봄을 기다렸던 나의 이웃, 박나비
올해도 논에 물을 대신 앵두할아버지
로렌스의 뱀과 나의 척사퇴골도
정자 기둥을 잘라 평상을 만들다
쥐와 싸우면 못 이긴다
감히 파리채로 뱀을 기절시키려 들다니
오남매 숯가마 이야기
뽕잎 따는 날
땔감을 마련했으니, 겨울이여 어서 오시라
산촌의 겨울
2. 우리도 도도처럼 사라질 수 있다
나는 다방커피가 좋다
보통사람을 차별하는 보통사람들
우리도 국가자산이다
죽어가는 닭이 카뮈에게 한 말
우리도 도도처럼 사라질 수 있다
남대천, 나는 그 흔한 강 이름과 함께 자랐다
노나라 처녀의 탄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환경상 없는 나라를 소망한다
3. 녹색 생각이 빠져 있는 녹색 이야기들
지금은 운하가 필요한 때가 아니다
경제가 울화를 누그러뜨릴까
우리는 폭력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
땅이나 나라는 대통령의 것이 아니다
평화의 개념은 진작부터 넓혀져 있었다
녹색 ‘생각’이 빠져 있는 녹색 ‘이야기’들
4. 생태적 위기와 새로운 글쓰기
생태적 위기와 새로운 글쓰기
삼보일배는 예술행동이다
모든 민족은 스스로 아름답다
중국은 티베트를 놓아줄 만큼 강하지 않은가?
새들이 훨훨 날고 냇물이 시원스레 흐르는, 온전한 세상을 향한 조용한 희망
21세기 산문정신의 한 사례, 환경 ‘글쟁이’ 최성각의 녹색 에세이 완결판
“ ‘날아라 새들아’는 윤석중 선생님이 지으신 ‘어린이날’ 노래에 나오는 구절들이다. …어린 날, 그분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정말 하늘에는 새가 날고 있었고, 벌판 가운데로 냇물은 달리듯 푸르고 시원스레 흘러갔었다. 생명과 그 토대인 땅과 땅 위의 모든 것은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어떤 헛된 성취와도 바꿀 수 없는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이 온전하게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었다. 노래는 여전히 불리고 있지만, 오로지 경제성장이라는 망상이 확산되면서 하늘을 나는 새들은 줄어들었고, 어떤 냇물도 더 이상 경쾌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 있는 새들이 날아다닐 창공은 오염되었고, 흐르는 듯 말 듯 고인 냇물 역시 악취로 진동하거나 온전하지 않다. 행복했던 시절의 아름다운 노래를 책명으로 취하면서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
(/ 작가의말 중에서)
“작가란 보통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당대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문제를 마치 조선조 선비들이 목숨을 내걸고 그랬듯이 직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재작가가 아니라고 해서 그렇다고 글 읽은 자로서의 ‘직언’의 책무까지 저버릴 수는 없다는 게 ‘오늘’을 살고 있는 한 글쟁이로서의 제 생각입니다. 더욱이 한 시대를 뒤덮고 있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난공불락의 난제-생태적 위기-가 인간성을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근원적으로 인간의 속성에 대해 질문하게 하는 자기파괴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 직언의 가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할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진짜’ 환경 글쟁이 최성각, ‘말뿐인 녹색’의 시대를 곱씹다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 쓸 것이 있을 때만 쓰며 이런 위기의 시대에 무사태평하게 소설 따위를 쓰고 있을 수는 없다.” -아룬다티 로이
지난 20여 년간 작가로서, 환경 운동가로서, 그 둘이 하나된 ‘환경 작가’로서 글쓰기와 발언과 행동을 멈추지 않은 최성각의 새로운 산문집이 나왔다. 우리 사회의 절박한 사정-환경과 생명의 처지와 살아갈 방법-을 20년 동안 쉬지 않으면서 관찰하고 비판하고 희망의 틈을 일구어온 작가는 새삼 펜의 무력에 대해서 뼈저리게 절감했다고 말한다. 정작 비판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시장을 신으로 숭배하고, 경쟁에 도덕을 뒤로 밀치고, 자연을 자원으로만 간주하고, 낭비와 차별과 격차로 점철된 삶을 심화시키고 연장하려는 일들로 바빴기에. 그러한 자기파멸적인 우리 시대의 열정이 가속되면서 쌓여가는 자연의 신음소리와 절망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작가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불길해 한다. 그 근심은 점점 더 깊숙해지나, 그것을 뿌리로 하여 자란 [날아라 새들아]의 산문정신은 더욱 짙고 단단해졌다.
이 서늘한 작가의 눈에 ‘녹색’은 범람하지만 그 속에 참된 ‘녹색 내용’은 전격적으로 빠져 있거나 왜곡된 ‘21세기 녹색성장의 시대’는 무섭고 두렵다. 그는 “세상과 사람의 심성을 황폐하게 조성한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이들”이 ‘녹색성장’을 추진하려는 아이러니에 어불성설의 기만을 읽는다. ‘녹색’과 ‘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의 뒤섞음이며, ‘우리 모두의 탐욕’을 담보로 하여 펼치는 사기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녹색성장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지구를 더 위태롭게 만들 것이고,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작가는 우려한다. ‘진정한 녹색’은 개인과 사회 전체가 혹독한 자성, 회복에의 의지, 구체적이고 차근차근한 변화와 희생의 자세로 참여해야만 조금이라도 보전될 기미가 있다는 것.
[날아라 새들아]는 수년 전부터 서울 마포와 춘천 퇴골의 풀꽃평화연구소를 오가며 글을 짓고 밭을 매며, 거위와 닭을 치며 뱀과 싸우고, 땔감을 모으고 몸으로 생각을 짓는 ‘하방(下方)’ 생활을 하는 작가의 삶과 성찰이 일군 작물이다. 여기에는 퇴골에서 함께 사는 오리 · 닭 · 개 등의 짐승과 가래나무 · 뽕나무 등 조용한 것들에 대한 관찰과 대화가 담겨 있으며, 마을 사람들과 산촌의 시간과 일상에 관한 훈훈한 에피소드들이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이 생활을 ‘신설놀음’이라 하지만 이는 욕망 가득한 강퍅한 세계와 맞서는 자그만 실천의 몸짓이다. 이 느린 곳으로부터 타전되는 통신은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경제와 개발 지상주의 프로젝트와 사건들에 대한 준절한 비판과 제대로 익은 풍자로 그득하다.
1부 [막힌 퇴골이 나의 출구다]는 산촌 시간의 순환과 다사다난한 생활을 간이 잘된 언어로 맛깔나게 풀어가며, 2부 [우리도 도도처럼 사라질 수 있다]에서는 환경의 위기와 환경 운동의 위기, 즉 주류 환경운동판에 대한 비판을 통해 환경운동의 건강함을 되묻는다. 3부 [녹색 생각이 빠져 있는 녹색 이야기들]은 경제와 성장 지상주의가 찾은 새로운 마스터키인 ‘녹색성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생태적 소양’의 깊이와 너비를 뒤엎는 산문을 선보이며, 4부 [생태적 위기와 새로운 글쓰기]는 21세기 풍요로운 궁핍의 시대에 문학과 예술, 글쓰기와 세계관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묻는 성찰적인 산문을 품고 있다. 들쥐의 살이를 걱정하는 작가의 감수성은 여리고 자신을 포함한 반성은 맵고, 밑자리를 살피는 비판은 모질어서 아름답다. 오랜만에 진짜 생태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과 생각을 캐는 일감을 안겨줄 산문의 밭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날아라 새들아]를 추천해주신 분들
최성각의 산문집 [날아라 새들아] 원고를 보며, 나는 어쩔 수 없이 자괴스럽다. 나같이 허물 많은 자가 그가 온몸으로 살아온 눈부신 글들에 대하여 뭐라고 떠드는 것 자체로 자칫 누가 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사족처럼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은 언제인가 그가 나에게 보여주었던 순정한 눈빛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인도의 델리역 앞 번잡한 시장 거리에서 서로 하릴없는 배낭여행자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는 대뜸 눈물바람을 했다. 그리고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잡히는 대로 돈을 꺼내어 내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다. “형님, 가지고 나온 돈이 이것밖에 없습니다.” 너무 엉겁결이기도 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순정한 눈빛 때문에 나는 차마 그가 내 손에 쥐어주는 돈을 거절하지 못했다. 모르기는 해도, 그에게 비친 나의 행색이라는 것이 인도를 헤매고 다닌 지도 어언 반년이 지나는 무렵이라 그만큼 초라해보였을 터이다. 그때부터 십몇 년이 훌쩍 지난 이번에 그는 옛날에 돈을 건네주듯이 [날아라 새들아]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그의 순정한 눈빛이 살아 빛나는 그의 글들을 보며, 어찌 내 눈시울이 뜨겁지 않으랴. 그가 필생으로 펼쳐보이는 순정한 세계는 이미 문학은 물론 환경이나 생태까지 넘어서서 온 우주 공간으로 외연이 넓어져 있다. - 송기원 | 작가, 시인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백목련, 자목련, 철쭉, 라일락, 민들레, 제비꽃……. 사람을 끔찍이도 사랑하고 자연을 아기자기 사랑하며 사는 작가가 봄에 피는 꽃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하나씩 꼽아보는 장면이다. 이 책은 산업주의의 효율성, 성과주의의 강박증, 소비주의의 중독성에 절어 살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이 얼마나 병든 것인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진짜 사람 사는 듯 같이 살자’며 조용히 고백하는 감동적 연애편지 같은 느낌을 준다. - 강수돌 | 고려대 교수, 조치원 마을 이장
야생마 같은 ‘녹색’ 자유인의 진솔하고도 거침없는 육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책.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물신주의에 대한 매서운 비판, 생태 위기를 비롯한 우리 시대의 상처에 대한 깊은 성찰, 갖가지 탐욕과 위선과 허위의식에 대한 준열한 질타, 자연 및 이웃과 오순도순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이 빚어내는 아기자기한 사연 등이 맛깔난 문체에 오롯이 담겼다. 세상에 미만한 고통과 모순에 온몸으로 맞서면서도 미세한 삶의 결과 생명의 속살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이 책은, 환경운동 하는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지은이의 치열한 문학적 고투의 산물이기도 하다. - 장성익| 계간 [환경과생명] 주간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