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아래에서 태어난 아이
주머니에 보릿가루만 채우고 집을 떠나다
눈의 나라에 몰아치는 붉은 바람
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해주오
감옥 안의 승려
푸른 하늘 아래 도망갈 곳은 없다
꿈을 꾸는 것조차 죄가 된다
행복하게 오래사는 것보다 좋은 일
담장 밖 세상
붉은 책을 태우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다
영혼을 지킨다는 것
세상에 말할 기회를 얻다
국내 처음으로 티베트의 아픔과 현실을 전하는 책
진보와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한 체제가 저지른 행위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후 티베트 사람들의 3분의 1이 죽었고, 6천여 개의 사원이 파괴당했다. 15만 명 이상의 승려들이 강제로 환속당하거나 감옥이나 노동 수용소로 끌려갔다. 한때 숨어 있는 이상향으로 불리던 티베트는 그렇게 파괴되었다. 유서 깊은 불교 문명과 전통은 모두 무너졌고, 대부분 유목민이던 티베트 사람들을 동원해 지질에 맞지 않은 농사를 강요한 결과 굶주림과 가난이 가득차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이 점령하고 난 뒤 티베트의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티베트 관련서들은 달라이 라마나 신비한 이상향, 혹은 명상과 깨달음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 <가둘 수 없는 영혼>은 국내에 처음으로 티베트인의 목소리로 티베트의 아픔과 현실을 전하고 있다.
동정심과 자비심을 잃지 않은 사실 증언
한 승려의 흥미진진한 자서전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티베트 망명자들이 하나씩 전하던 티베트 현실이 집대성해 담긴 역사적인 자료집을 겸하고 있는 이 책은 달라이 라마의 권유로 탄생하게 되었다. 조국을 떠나온 티베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듯 팔덴 갸초도 1992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달라이 라마는 그의 삶을 글로 남겨 티베트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라고 권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정심과 자비를 잃지 않고 사실들을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 동정과 자비는 고통받는 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주는 자도 용서해야 하고, 감싸안아야 한다는 사실. 단지 특별한 상황이 사람들을 그토록 잔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깨닫게 한다. 그리하여 중국인 대 티베트인이라는 대립구도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폭력과 증오의 유혹에 휩싸이기 쉬운 인간성 자체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떠한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팔덴 갸초처럼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팔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결코 무력하지많은 않으며, 개개인도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옥에서 보낸 세월 동안 그의 영혼은 자유로웠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