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부모는 지혜로운 창조신이어야 한다
2장. 부모는 능력있는 명코치 노릇을 하라
3장. 부모는 깨달음을 향한 도반이 되어라
4장. 배우자 선택에서 출산까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전자오락을 즐기는 장면은 아름다운 광경일까, 아니면 가당치 않은 꼴불견일까. 아이들에게 텔레비전 시청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 교육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자녀들의 학교 교육은 어떻게 도와줘야 할 것인가. ― 오늘의 젊은 부모들은 이런 문제에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아버지는 집안의 군주가 되어라!" ― 요새 젊은 부모들이 이런 충고를 받으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대개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오리무중이면서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 십상일 것이다. 지금의 3,40대 부모들은 군사독재 아래서 오로지 ||^민주화||^의 열망을 품고 살아온 세대. 따라서 이들에게는 가정이라는 최소사회에서도 그런 민주화의 원칙이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진작 민주화된||^ 서양의 부모들이 지금 우리네 부모들보다 아이들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버지 군주론||^을 주장하고 나온 당사자는《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부제: 자녀교육해법 124장, 나남출판)를 낸 한두현 씨. 서울공대를 나와 평생을 섬유업계에 종사한 그는 남달리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져 오랫동안 연구와 실험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제 할아버지뻘에 접어들어 자신의 최종 보고서를 펴낸 것이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의 신뢰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 그의 자녀들일 텐데, 역시나 그 면면들이 예사롭지 않다. 네 자녀 중 셋이 서울대 경제학과, 법대, 물리학과 출신들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체제 속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메시지는 무척 강렬한 것이지만, 그러나 저자는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은 공부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가장 정직한 것이 바로 공부인 이상 학생인 자녀들로 하여금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이끄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도리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그는 ||^뿌린 대로 거두는 지수||^를 항목별로 계산해서 제시해 보이는데, 그 결과 ||^공부||^는 31점, ||^농사||^는 15점, ||^학자||^는 10점, ||^사업||^은 9점, ||^회사원||^은 8점으로 나타난다(356쪽). 그의 계산법에 따르면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떻게든 쓴맛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러나 그때부터는 이미 성인이 된 자식들 스스로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일 뿐이다.
||^아버지 군주론||^만으로 그를 가부장제의 전도사로 볼 수는 없다. 그는 번쩍거리는 조명기구까지 사다가 틈틈이 집에서 디스코파티를 열기도 했다(어느 사회든 카니발은 필요하다). 엄마들더러 아이들과 수다를 떨라고 충고하고(그래야 아이들이 똑똑해진다), 집안이 너무 깨끗해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창의력과 상상력이 고갈된다). 또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되도록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부추기며, 일찌감치 술 담배까지(!) 맛보여 주라고 권한다(나중에 술 담배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최상의 방법이다). 이쯤 되면 일반적인 독자들은 머리를 갸웃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들지 모른다. ―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긴 이런 아버지가 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보고서를 읽다 보면 부모 노릇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굿판을 벌일 수 있도록 부모는 깔끔한 취향도 양보해야 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틈틈이 책읽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야 하며 집안에 텔레비전 놓는 위치까지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공부하라"는 말은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 되고, 학원에도 보내면 안된다. 하지만 엄마는 학교에 남아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를 위해 따뜻한 도시락을 지어 날라야 한다. 얼굴만 보고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자식들과 한 반 친구가 되어야 하고 카운셀러가 되어야 하며 ||^무드메이커||^가 되어야 하고 종내는 자녀라는 팬들의 ||^스타||^가 되어야 한다. 휴 ~ ||^군주론||^의 실상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저자는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자녀교육의 원칙은 변함 없다"고 주장한다. 그 원칙을 따르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원칙도 없이는 살 수 없는 일. 알아보고 점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그 원칙들을 일정 부분 포기한다 하더라도 이 책에는 알아두면 유익한 각종 자녀교육의 ||^테크닉||^들이 124 항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 치밀함에 대해서는 아무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