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문학동네’에 중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작가 도태우의 작품집 <디오니소스의 죽음>에는 표제작과 함께 <발루아의 환영> <테에베 통신> <판팔루스 판포스> 등 네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먼저 이 소설집의 표제작 <디오니소스의 죽음>은 록 아티스트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추리소설식으로 접근한 수작이다. 사회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상상력이 맞물리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자신의 신체를 극한까지 몰고 가며 음악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을 아내의 회상과 편지 형식을 빌어 밀도 있게 그려나간다. 디오니소스를 갈기갈기 찢어 축제를 벌였던 신화시대의 사람들처럼 우리 역시 영혼을 불태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광인’들의 피를 먹고살지 않는가. 작가는 이 물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물론 아버지로 대표되는 권력과 음반회사 사장으로 상징되는 자본은 로커 ‘권’의 영혼을 철저하게 화폐로 환산한다. 당연하게도 비극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의 죽음이, 아니 ‘권’의 영혼이 낳은 노래는 장엄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우리를 사로잡는다.
<디오니소스의 죽음>뿐만 아니라 문학의 존재 의미를 묻는 도태우의 또다른 수작 <발루아의 환영>, 우리가 잃은 게 무엇인가를 편지 형식으로 그리고 있는 <테에베 통신> , 판포스의 방황과 납치 그리고 귀환의 과정을 통해 종교의 의미를 되묻는 <판팔루스 판포스>등도 조금은 익숙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물음들을 낯선 소설적 시공간 안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서사를 추동하는 힘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공들여 왔음에 분명한 묵직한 문체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한 물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아무것도 가져다 줄 수 없다. 그렇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가져다 줄 수 없다고 대답하겠다. 물음은 무엇인가를 가져다 준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이미 의혹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침묵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묻는다. 이 시대,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대답은 물론 없다.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끊임없이 이어질 터, 그렇다면 어떤 자명한 대답도 있을 수 없다. 묻고 대답하는 끝없는 과정, 그 과정을 견디기 위해 작가 도태우는 소설을 쓰는지도 모른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