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13세 소녀 베로네 가족 이야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 주변에는 노인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 걱정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노인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아직 정복하지 못한 많은 질병들이 노년의 삶을 위협합니다. 그중 하나가 뇌를 공격하여 기억과 판단력을 앗아가는 알츠하이머 병(치매)입니다. 『할머니의 기억』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외할머니를 돌보며 함께 살게 된 13세 소녀 베로네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 에르베 자우앵은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의 할머니를 실제 모델로 하여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저자의 친구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주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병에 걸린 할머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슬프지 않습니다. 실제 현실도 마지막 몇 달을 제외하고는 슬프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훌륭한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질병과 싸우는 할머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베로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의 기억』은 훈훈한 가족애와 사랑 그리고 삶의 유머를 선사합니다.
2000년 크로노스 상 ‘청소년 문학 부문’, 2001년 앵코?티블 상 수상작!
『할머니의 기억』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중고등학생 독자 및 성인 독자, 해외 10여 개국 독자들이 주축이 되어 세대간의 관계, 삶, 노화,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룬 훌륭한 책에 수여하는 크로노스 상 ‘청소년 문학부문’과 앵코?티블 상을 수상했습니다.
“기억을 불이 들어오는 수많은 작은 네모 칸이 있는 바둑판이라고 상상해봐.
할머니의 문제는 네모 칸이 하나씩하나씩 희미해지다가 서서히 꺼지는 거야.”
정원을 가꾸며 혼자 사시던 외할머니는 어느 날 실수로 집에 불을 낼 뻔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의 기억 회로에 하나둘 불이 꺼져 마침내는 깜깜해질 것이며, 치료방법은 없지만 기억을 자극하여 병이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오기로 결정합니다. 베로는 자기 방을 할머니에게 내드리고 다락방으로 옮기게 되지요. 방을 빼앗겨서 조금 심술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안전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할머니는 가족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자신이 몇 살인지도 헷갈려하십니다. 아끼는 브로치
를 잃어버렸다면서 한밤중에 일어나 집 안을 온통 어질러놓기도 하고, 엄마가 번역한 중요한 원고를 몽땅 날려버리기도 하고, 실수로 국제전화 다이얼을 눌러 엄청난 금액의 전화요금을 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와 베로, 베로의 오빠는 그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할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하지요.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려가는 것은 아닙니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할머니의 건강보다는 할머니의 집을 팔고 받은 돈이나 할머니가 갖고 계신 값비싼 물건들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엄마가 일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모셔가서는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맡겨버려 할머니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요.
한편, 할머니의 물건들이 들어 있는 여행가방을 물려받게 된 베로는 가방 속에 담긴 사진과 편지들을 통해 열정적인 투우사 파블로의 죽음과 관련된 젊은 시절 할머니의 사랑의 추억을 알게 됩니다.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추억들이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마치 늦가을의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나갑니다.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요.
“나, 베로는 할머니의 기억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 내가 기억을 잃을 차례가 올 때까지.”
베로와 베로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기억을 자극해서 아름다운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려고 궁리합니다. 오빠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냅니다. 스캐너와 컴퓨터 등 첨단 기기의 힘을 빌려 영상물을 만들어 보여드리는 것이지요. 엄마의 서재를 차지한 베로와 오빠는 할머니의 물건들과 할머니의 젊은 시절 유행했던 음악, 영화 등을 자료로 삼아 <사랑하는 할머니 베네딕트 라비엘의 영상 일대기>라는 영상물을 만들어 온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상영합니다. 이 일은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할머니가 집에 오신 뒤로 여름과 가을,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베로는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할머니의 기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며 베로는 맹세합니다. 나이가 들어 내가 기억을 잃을 차례가 올 때까지 내가 할머니의 기억이 되어드리겠다고.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