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은 행복한 지게
문명이 발달해서 생활이 편리해지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그러하고, 나와 가족,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하나로 이었던 열린 마음들은 점점 좁아져 나에게로만 향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의 으뜸 덕목으로 여겨졌던 ‘효’나 ‘정’, ‘예’와 같은 아름답고 고유한 마음 씀씀이들도 그 빛을 잃어가고, 다른 이웃과는 물론이요, 가족끼리도 서로 마음을 닫고 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제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삶의 형태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책 ?행복한 지게?는 바로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이 가슴에 품고, 옛 어른들이 그러했듯이 자자손손 물려 주고픈 그 마음, 효심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낸 동화이다. 지은이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으로 쓴 이 동화에서 덕보는 지은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기분 좋게 해 드리겠다는 다짐 하나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해가 바뀌어도 한결같이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다니는 덕보의 모습은 언뜻 바보스럽고, 미련해 보이기도 한다. 몇 해 동안 되풀이되는 덕보와 아버지의 이야기 또한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견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에서, 바보스럽고 미련해 보이는 덕보에게서 우리는 곧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오직 아버지를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다는 그 마음,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 짓게 해 드리고 싶다는 그 마음, 그 단순한 이유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효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진정 중요한 것을 잊고 지내는 정말 바보스러운 우리에게 덕보는 소중한 깨달음을 안겨 주는 것이다.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우리도 지은이의 마음에 동화되고, 우리 자신이 덕보가 되어 덕보와 함께 온 마을을 누비며 뛰뛰빵빵을 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덕보의 효심에 마을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듯 우리의 마음도 촉촉히 젖어들 것이다. 동화가 지닌 아스라한 정서는 그림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조미영 화백이 화폭에 곱게 담아 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는 고샅의 아름다운 풍경은 여보는 이의 눈을 잔잔히 적시고 선한 얼굴의 덕보와 아버지의 즐거운 나들이 풍경은 우리의 마음에까지 흥을 전해 준다. 글을 수십 번도 더 읽고 난 후에야 화폭에 담아 내기 시작하여 2년에 걸쳐 그려 낸 그림은 그래서 글의 리듬과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을 책 속으로 이끄는 부드러운 힘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는 지은이와 화가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볼 많은 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뛰뛰빵빵 정답게 외쳤던 아버지와 덕보의 외침처럼 마음과 마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널리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