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기후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진 기상 재앙 앞에서 인류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
이제 기후라는 불확실한 정체는 물론, 지구의 비밀까지 파헤치는 여행이 시작된다!
요즘 들어 각종 매체에 기후 관련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자주 언급되는 '지구 온난화', '교토 의정서', '온실 가스' 등의 단어들은 이젠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고, 보통 사람들끼리도 단순한 내일의 날씨가 아닌, 미래의 기후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더군다나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는 전세계의 기상 이변으로 지구와 인류의 운명까지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상 기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기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후의 반란』의 출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지구 온난화가 인간의 전적인 실책 때문이라는 센세이셔널한 주장에서 일단 탈피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잘못도 물론 인정하지만, 여기에 빙하, 이산화탄소, 바다, 태양 등 지구를 둘러싼 요소들의 과거와 현재의 움직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이상 기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려 애쓰고 있다. 지구 자체가 워낙 변화무쌍한 존재이므로 모든 변화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와 인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술로 통제하기가 가장 어려운 자연 자원인 기후를 계기로 삼아, 씨름이라도 하듯이 자연을 상대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인간적인 오만함을 버리고 대신 자연의 움직임에 동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익을 얻으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쉽고 명쾌하게 써내려간 이상 기후 취재기
『기후학 개론』 『기후변동론』 『한국의 기후』 등, 이미 출간된 기후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 일반인에게 친근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복잡한 도표와 그래프, 그리고 낯선 단어들 때문에 기후는 일반들에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존재'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프랑스 《리베라시옹》지의 과학 전문 기자가 기후 연구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은 독자들이 좀더 쉽게 기후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얻고,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특히 기후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에는 남극의 얼음 속을 파고들어가 기후의 역사를 알아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과학자는 대서양의 한 섬에서 멀리서 운반되어온 돌조각들을 통해 몇만 년 전의 빙하의 움직임을 추측해 보기도 한다. 또한 어떤 과학자는 컴퓨터가 그려낸 2040년의 가뭄 예측도를 보며 이산화탄소와 강우량의 차이를 지금과 비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2100년의 지구 모습을 그린 지도를 내놓고 평균 기온과 해수면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들 과학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이 발표한 연구 자료를 깊이있게 읽은 뒤, 제대로 소화하여 다시 독자들에게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기후 보도에 대한 센세이셔널리즘을 배제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담았다
몇 년 전 프랑스에 단 며칠 만에 두 개의 폭풍이 몰아쳤을 때, 필자는 《리베라시옹》지에 이 엄청난 기상 재해에 대한 과학 특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에 편집국장이 이런 얘기를 했다. "우선 말이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 얘기를 빼먹지 말라고." 특집이 나가기 전날 편집 회의에서 이번에는 정치부장이 이런 말을 했다. "클로드 알레그르 과학 기술 장관이 벌써 과학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어. 국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는군. '이번 폭풍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것이며, 따라서 이것은 오염을 일으킨 인간들의 잘못'이라고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저자가 실제로 겪은 위의 단적인 예에서처럼, 태풍이 좀 심하게 불었다고 이를 센세이셔널리즘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 정직성'의 원칙을 말하고, 이에 충실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를 위해 저자는 지질 시대를 거슬러올라가 고기후의 증거를 더듬기도 하고, 온실 가스의 주범은 어떤 것들인지, 현재의 식생과 인간의 활동은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지구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 같은 것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제까지 기후 변화에서 별로 고려되지 않았던 바다의 역할은 어떤지 등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빌어 상세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이런 요소들과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 가스 배출이라는 현상을 결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기온 상승에서 인간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어디까지인가를 살피는 일인데, 이는 '기상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 가스에 의한 기온 상승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인간의 활동으로 돌리며 시선을 끌려는 자세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 기후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자!
얼마전 특히 강원도 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우리 국토를 휩쓸고 갔던 태풍 ‘루사’를 기억할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강릉에 내린 강수량은 1137mm로 연평균 강수량에 거의 육박하는 수치였으며, 8월 31일 하루 동안 870mm가 내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엘니뇨와 라니냐가 부정기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충청 지역 첫눈이 지난해보다 한달가량 빠르게 내렸다. 여름 장마가 초가을까지 계속되고 첫눈 내리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가을이 크게 짧아지는 등 '4계절 파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각종 기상 이변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앞으로 '한국적 기상 현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가 과학적인 접근을 강력히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앞으로 태풍이나 홍수 등의 재난으로 입게 되는 피해가 점점 더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이제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의 문제는 개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에도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우리 나라도 예측 불허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며, 각종 정책과 조치를 수립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서울대 대기과학과 강인식 교수는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기상 예보 중심의 기상 행정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데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자해야 한다면서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과거의 기후 자료가 아닌 미래의 예측 자료를 사용하고 기후 영향 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유럽 18개국은 공동출자해 유럽중기예보센터 산하에 해들리 기후센터를 만들어 이상 기후에 관한 연구를 심층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초대형 슈퍼 컴퓨터를 도입해 기후 변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의 반란]은 서구 선진국의 과학자와 정책결정자들이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기후 연구에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어 우리 나라에서의 연구와 정책 시행에 좋은 참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가 이상 기후의 부작용들을 절감하면서도 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무방비 상태였다면, 이제 이 책을 통해 기후의 움직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 향후의 기후 변화에 어떠한 대처를 하면 좋을지 그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