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을 되살려온 지렁이의 역사를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인 캐런 트래포드가 지렁이 역사학자 '꿈틀이사우루스 2세'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꿈틀이사우루스 2세는 존경하는 조상님의 초상화를 쳐다보며 지렁이가 걸어온 흥망성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공룡 시대부터 지렁이는 모든 생물의 삶과 죽음이 순조롭게 순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식물은 자라 동물의 먹이가 되고, 동물은 죽어 다시 식물의 먹이가 되는 자연의 순환과정에서 지렁이는 동식물이 남긴 쓰레기를 먹어치운다. 그러고는 지렁이 분변토(지렁이의 배설물을 말함. 본문에서는 지렁이 응가로 표현함.)를 만들어내 땅을 기름지게 하고, 온갖 식물이 잘 자라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렁이는 지구 생명의 수호천사라 할만하다. 생명의 순환이 조화를 이룬 공룡시대, 인간의 문명이 시작한 고대 시대를 거쳐 최근 10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모든 쓰레기가 지렁이의 힘으로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18세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 산업화가 시작하면서 지렁이의 위기가 다가온다. 특히 땅에 뿌리는 인공비료나 화학약품은 흙에서 살아가는 지렁이에게 치명적이었다. 때문에 흙과 생명을 살리는 지렁이가 점차 사라져 지구상의 다른 생물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화학 물질에 의한 토양오염은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렁이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뜬 인간이 점차 많아졌다. 그 예로 호주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지렁이 농장'을 만들어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지구를 망친 인간의 욕심을 고발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전한다
지렁이와 흙 속 미생물이 없다면 이 지구는 온갖 동물의 배설물과 가득 넘쳐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히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중요한 지렁이를 쓸모없는 동물이라 무시하던 인간들이 어떻게 지구를 망쳤는지 고발한다. 즉, 지렁이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어린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열악한 환경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환경 교육서가 될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책그림으로 즐겁게 배운다
지은이가 땅을 파고 들어가 지렁이 역사학자를 만난 설정에서부터 독자들은 놀랍고도 신선한 상상력의 세계에 빨려들게 된다. '꿈틀이사우루스 2세' 와 지렁이들이 의인화되어 지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구성 방식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사로잡는다. 또한 얼핏보면 복잡하고 어수선해 보이는 책그림이 엄청난 재미를 안겨준다. 책그림에 곁드려진 문구 하나도 유머 폭탄이 되어 웃음을 자아내고, 지렁이의 마음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장치는 독자들이 무지무지 즐겁게 지구 사랑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