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려라
진짜 태워 없애야 할 것
배고픔이 죄다
죄를 씻는 마음
오직 참을 뿐
굳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노여움의 가시
분노의 가시를 뽑아라
네 안의 황금을 보라
...
놓아버려라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금덩이가 무서운 것은
하찮은 꿀 한 방울 때문에
이렇게 살아 있지 않습니까
욕심이 지나치면
놓아버려라
초대받지 않은 손님
형제의 욕심
...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은 왜 보는가
우물에 빠진 달 건지기
그림자에 빠져 죽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은 왜 보는가
먹기 좋은 떡
착각의 그림자
그림자로 진 빚은 그림자로 갚는다
거문고 소리를 가져오라
소라고동
...
뿌린 대로 거두리라
내가 나쁜 마음을 품으면
가장 불쌍한 아들
지금까지 네 놈을 살려둔 것은
가장 멋진 복수
장사꾼의 재산목록
노부의 마음
몸이 지은 원죄
그대가 죽은 후
...
어리석음의 그늘에서 벗어나라
백 근의 살점과 한 개의 머리
뱃전에 잃어버린 곳을 표시하다
거울 속의 주인
귀한 것과 천한 것
침 밟아 뭉개기
형제의 유산 나누기
진짜 지켜야 할 것
반 조각의 떡
...
마음만 한번 고쳐먹으면
들어갔다면, 나올 곳부터 생각하라
마음만 한번 고쳐먹으면
기름기가 없는 염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할 일 없는 귀신
남의 소를 세다
운 좋은 공처가
아는 것이 병
...
칭찬은 소도 춤추게 한다
불필요한 변명
혀의 힘
칭찬은 소도 춤추게 한다
당신이 부처입니다
거친 나귀를 길들이는 법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나쁜 말일수록 귀를 뚫는다
하지 않아도 될 말
인용한 주요 경전 소개
재미있는 우화로써 편하게 느껴보는 불교의 지혜
요즘은 동양보다도 서양에서 생활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평화롭게 살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에 불교가 부응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불교나 그 밖의 명상 관련 저술들이 서양에서 역수입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불교에 대한 접근 자세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불교가 문화적 유전자처럼 배어 있는 우리네 풍토에서는 불교를 속세에서 떼어내어 성화(聖化)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불교로부터 구체적이고 대중적인 실천 지혜를 얻는 데 주력하는 면이 엿보인다.
불교 지혜의 생활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승들의 알 듯 말 듯한 화두에 머리를 조아려보지만, 뒤돌아서서 생활로 돌아왔을 때는 참으로 많은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자칫 불교는 세속과 거리가 먼, 산중의 종교로 밀어두기 쉽다. 하지만 불교의 핵심은 “이번 생을 잘 살아라”는 데 있다. 연기법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번 생을 잘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말하자면 철저히 세속적인 종교가 바로 불교다. 이런 관점에서 불교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들이 풍부히 담겨 있음을 곧 확인할 수 있다. 먼 옛날부터 인류가 생로병사의 번뇌를 겪으며 추려낸 지혜들이다.
불경 안에는 이러한 지혜들이 보석 같은 우화로써 표현되어 있다. 누구나 알기 쉬우면서도 깊은 뜻을 지닌 우화들이다. 때로 어떤 우화들은 서로 충돌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중용과 균형이라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이를테면 친구에 대한 불교 우화의 가르침은 이렇다. 친구는 나라를 떼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보다 앞세울 존재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하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우화 266가지를 모아놓았다. 불교의 깊은 맛을 아는 데 우화만큼 쉬운 방편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불교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가령 서양인들)이 보아도 생경하지 않도록, 불교적 색채가 너무 짙은 서술은 되도록 줄이고 편안한 우화 읽기를 위한 재구성을 시도했다. 그러나 원문의 본령을 손상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한 편의 우화가 끝날 때마다 저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이는 저자 나름의 이해를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에 따라 각 우화를 다른 의미로 읽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우화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세상의 모든 우화들은 시간과 공간이 달라도 엇비슷한 내용과 구조를 갖추고 있다. 불교우화를 읽다보면 <이솝우화>, <성서>, 중국의 고사들, 나아가서는 역사적인 에피소드와 아주 흡사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 이야기들의 탄생 시기가 언제인지 적시할 수 없으므로 어느 이야기가 먼저인지 말할 수는 없다. 문명 교류에 의한 것이든 또는 인간 본성상 자연발생적인 것이든 간에, 어쨌든 인류 공통의 이야기가 존재해왔던 것은 확실하다. 그와 같은 인류의 공통분모를 확인해보는 일도 이 책 읽기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얼추, 동류(同類)의 이야기들을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솝우화>를 연상시키는 것으로는, ‘사자 가죽을 쓴 나귀’(제1권)는 이솝이야기에도 비슷한 것이 있고, ‘욕심이 지나치면’(제2권)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놓아버려라’(제2권)는 물에 비친 제 모양을 보고 짓는 개 이야기를 빼닮았다.
<성서> 및 기타 서양의 고사와 연결되는 것으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에 나오는 이집트 람세스 3세의 일화와 유사한 ‘왕과 도둑’(제1권), 그리고 ‘일방적인 잘못이란 없다’(제1권)의 일부는 성서 외경 [솔로몬의 지혜]및 구약 [열왕기 상]에서 아이 하나를 두고 다투는 두 여인의 이야기와 똑같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제1권)에서 어미 말과 새끼 말을 구분하는 내용은 역시 [솔로몬의 지혜]에도 실려 있다. 또한 ‘번뇌가 스며드는 틈’(제2권)은 서양 고사인 ‘다모클레스의 칼’과 비슷한 점이 많다.
중국의 고사와 잇닿는 것으로는,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의 호가호위(狐假虎威)와 같은 메시지를 담은 ‘사자 가죽을 쓴 나귀’(제1권) , [안자춘추]에 나오는 안자의 일화와 유사한 ‘네가 할 일과 내가 할 일’(제1권), [예기(禮記)], [곡례상(曲禮上)]의 부화뇌동(附和雷同)과 의미가 같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제1권), 명나라 때 주굉이 엮은 [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에도 소개되어 있는 ‘구슬을 삼킨 거위’(제1권), [장자] 내편 [양생주(養生主)]에 비슷한 의미의 이야기가 있는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간다’(제1권), [맹자], [공손축 상(公孫丑 上)]에 나오는 ‘조장(助長)’이라는 고사와 유사한 ‘나무에 물 주기’(제1권), [열자], [탕문]편에도 그 이야기가 나오는 ‘살아 있는 나무인형’(제2권), [여씨춘추(呂氏春秋)], [찰금(察今)]편의 각주구검(刻舟求劍)과 동일한 이야기인 ‘뱃전에 잃어버린 곳을 표시하다’(제2권), [한비자], [해로]편의 군맹무상(群盲撫象)과 같은 뜻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제2권), 그리고 ‘바닷물을 퍼내 바닥을 보리라’(제2권)는 [열자], [탕문]편의 우공이산(愚公移山)과 소재만 다를 뿐 이야기의 구조와 의미는 거의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설화 및 고사와 연결되는 것으로는, 전래설화인 [두껍전] 및 박지원 (朴趾源)의 [민옹전(閔翁傳)]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는 ‘누가 어른인가’(제1권), 고려장과 관련된 ‘내가 대접받고 싶으면’(제1권), [삼국사기(三國史記)] 김유신전(金庾信傳)의 귀토지설(龜兎之說)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별주부전(鼈主簿傳)]과 그 내용이 똑같은 ‘원숭이의 간’(제1권), 그리고 ‘구슬을 삼킨 거위’(제1권)는 조선시대 초기 대제학을 지냈던 윤회(尹淮)의 일화로도 기록되어 있으며, ‘돈을 주고 사온 재난’(제2권)은 전래설화 ?불가사리?를 닮았고, ‘항아리에 숨겨둔 애인’(제2권)은 여러 전래설화에 있으며, ‘놀부의 마음’(제2권)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은 [흥부전]을 쏙 빼닮았다.
인간의 도리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그중에서도 불교우화는 이러한 교훈들을 재미있고 풍부한 예화로 녹여낸 우화문학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