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허풍에 숨겨진 풍자와 역설의 미학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1785년에 처음 출간된 후 19세기 전반에 걸쳐 가장 널리 읽힌 모험담 중 하나로, 전세계 어린이들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대포알을 타고 적진 상공을 날아가 정탐을 하고, 늪에 빠지자 자기 머리카락을 자기가 직접 끌어올려 빠져나오고, 화산 속으로 뛰어 들어가 지구를 뚫고 여행했다는 등 터무니없고 황당하게만 들리는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담이 그토록 사랑받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발상, 끊임없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유쾌한 허풍이 아이들의 억압된 정서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건 아닐까! 또한, 그 안에 속없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날카로운 풍자와 역설이 숨겨져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거짓말 이야기
이 이야기의 원래 저자는 18세기 중반 독일 보덴베르더에서 살던 히로니무스 프라이헤어 폰 뮌히하우젠이다. 실존 인물이면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는 장교가 되어 러시아에 복무하면서 여러 전투에 참가했다고 한다. 은퇴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책을 써냈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허풍스러운 모험을 담은 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18세기 동시대 작가들에 의해 소설로 각색되었고, 이후 동화와 우화로 변형되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면서 누구의 손에서인지 모르게 이야기들이 부풀려지고 덧붙여져서, 지금은 세계 30개국에서 1000여 종의 책이 나와 있다. 또, <바론의 대모험>을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뮌히하우젠 판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고트프리트 아우구스트 뷔르거가 쓴 책이다. 그러나 원래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기에는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그런데도 어린이들이 열렬히 사랑해서 어린이 클래식 대열에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어린이들의 독서 습관에 맞춰 새롭게 만든 이 책은 초등 1학년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다시 썼고, 흥미진진한 일러스트가 풍부하게 어우러져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글을 다시 쓴 디르크 발브레커는 뮌헨에 살면서 라디오 방송극, 영화 대본, 동화책, 그림책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재주 많은 작가로, 여러 가지 상도 많이 받았다. 그림을 그린 도리스 아이젠부르거는 뮌헨에서 공부하고 수많은 어린이 책과 청소년 책에 그림을 그린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뮌히하우젠 이야기의 황당함과 익살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우리말로 맛깔스럽게 옮긴 김서정 선생은 현재 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뮌히하우젠 이야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가 아주 반가워하면서 이 책을 옮겼다고 한다. 이 책을 옮기고 나서 김서정 선생이 직접 쓴 ‘작품해설’을 살펴보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 단지 허풍스런 우스갯소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아동문학 평론가다운 날카로운 시각으로 이 작품의 진면목을 밝혀내고, 특유의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어린 독자들을 친절하게 작품의 세게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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