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만 보고 뜻을 해석한다
인생의 끝은 무덤, 그 삶의 의미
고통을 친구 삼아 함께 가라
땅을 사랑한다는 것은 정을 주는 것
삶은 이성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궁합이 필요하다면 보라
헛공부하다
동서양 효도 개념의 차이
피그말리온 효과
음식은 아무 데서나 먹어도 잠은 집에서 자라
유전자 변형 식품이라도 배고프면 먹겠다
인쇄된 것에 보내는 헛된 신뢰
혀 아래 도끼 들다
사기를 조장하는 우물효과
위인의 출현은 시대의 재앙이다
대도시, 삶의 장소인가 생존의 공간인가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어머니는 마냥 자애롭지 않다
생명사상은 땅과의 교감이다
2.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
미신이라면서 왜 풍수에 의존하는가
풍수는 신앙이 아니다
집이 사람을 공격하다
고층 아파트는 괜찮을까
좋은 땅은 도시에
‘쏘〔沼〕를 팔 놈’
실리콘 밸리의 풍수 열풍
닭이 봉황 되다
자살은 타의에 의한 경우가 훨씬 많다
신라 시대에도 화장을 했다
세계적 유명인들의 뒤끝
돈이 주인인 전당(錢堂)
명당은 찾을 곳이 아니라 만들어 갈 곳이다
돈이 명당을 만들 수 있을까
자연을 살리되 사람은 희생되어도 좋은가
죽고 나서도 수고하는 김일성
환경운동의 위선적 요소
이 책은 풍수지리학자인 저자가 풍수와 관련된 공식적인 활동을 멈춘 지 7년 만에 펴낸 것으로 회의와 모색의 결과이다. 1993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직을 그만둔 이후 풍수이론가로 알려진 저자는, 2004년 충남 공주 연기로의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천도 불가론’을 발표해 세인들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닭이 봉황 되다]는 이 시대의 중요한 사상가인 한 지리학자의 인생에 대한 단상이다. 서울대를 그만둔 이후 겪어낸 격렬한 자기 부정과 연민, 직관과 이론, 미신과 과학, 환경 개발과 보호 사이에서 긍정과 부정을 거듭한 다음 길어 올린 첫새벽 냉수 같은 글들로, 들판에서 익은 인생살이와 땅에 대한 인간의 예의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역사는 땅의 역사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고, 죽어 돌아가는 곳으로서의 땅의 논리를 고독하게 살펴온 한 지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래서 독특하고 신선하다.
“자연의 흐름을 따르라, 그러나 그 흐름을 방해하지 말라”는 풍수의 가르침처럼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저자의 순정함이 절절하다.
제1부에서는 지리학자로서 이론에 치우쳐 현실을 보지 못하는 회한과 인간 탐심에 대한 연민, 인생무상 등을 이야기한다. 고교 시절부터 찾았던 공동묘지에서는 평등과 허무, 삶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학문에서는 글만 보고 뜻을 해석하는 망문생의(望文生義)를 경계하며, 술과 공황장애 · 대인기피증을 앓아 온 내밀한 고백을 통해서는 삶의 동통을 이야기한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라도 배고프면 먹겠다, 삶이 학문보다 우선한다, 환경운동의 위선성과 환경지상주의의 허구성 등의 소회를 밝힌다. 시골이 답답하다는 말은 주관적 공간 개념을 드러내는 말로 대도시 개발을 죄악시할 수만은 없으며, 땅과 인간에 대한 정과 측은지심을 지니면 도시도 풍수적으로 안정된 명당이 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2부에서는 풍수가로서 인간의 지리학인 풍수의 의미와 생활 속에서의 동서양 풍수, 장례, 환경 문제 등을 실천적 입장에서 정리했다. 풍수는 본래 땅을 사람 대하듯 하는 법이라 결국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땅은 없다는 것과 풍수사상이 유토피아 지향적인 평등사상으로서 닭이 봉황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미신이라면서 풍수에 의존하는 지식인의 이중성, 산업도시화가 극대화된 시대의 땅의 논리로서 고층 아파트는 괜찮은지, 「쏘(沼)를 팔 놈」에서는 새로 짓는 호화주택에 연못을 조성하는 유행을 “인가의 문전에 곡(哭)자의 머리 부분처럼 생긴 쌍 못이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홍만선의 [산림경제]구절을 예로 들어 비판한다.
명당은 찾을 곳이 아니라 만들어 갈 곳으로 주관이 깊숙이 개입하는 개념이며, 그래서 풍수의 학문화가 어렵지만, 학문이 인생에 언제나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풍수가 학문의 줄에 서야 하는지도 대해서도 회의하는 학자로서의 고통스런 고백,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고 나서도 수고하는 김일성, 동양의 풍수사상이 실리콘 밸리에 일으킨 풍수 열풍과 서양의 지령관, 수목장의 의미, 환경운동의 한계 등은 저자의 긴 사색의 결과이다.
이 책은 책을 읽다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을 메모하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 둔 일기 형식의 글들을 간추린 것이다. 남의 좋은 말을 언덕 삼으면 일상의 되풀이가 되기 쉬운 일기 쓰기를 피해 새로운 글쓰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서고금, 분야를 가리지 않은 저자의 독서 편력을 통해 사상 편력을 볼 수 있고, 또한 이러한 형식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