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의 말 - 삶이 매 순간 문화로 꽃 핀다면?
인간
영원한 카리스마 한국의 아버지 - 영화배우 김승호
환상의 애드립, 최초의 ‘래퍼’ - 코미디언 서영춘
영원한 외로움으로 ‘떠도는 배’ - 화가 박일주
서도소리 외길 한평생 - 명창 김정연
자연, 신앙, 곡선의 직조공 -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순간’의 밀렵자, 따뜻한 모랄리스트
-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
‘희열’과 ‘관대’, 너그러운 작가정신
-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인간존중, 연대의식, 관계 맺음, 소명 - 작가 생 텍쥐페리
전쟁, 참혹하고 아름다운 문학의 원천 - 작가 몽뤽과 도비녜
사랑과 본능, 어디까지 허용되고 통제돼야 하나
- 작가 조르쥬 상드
불멸의 문학성을 획득한 편지 - 세비녜 부인
여성작가는 없다 - 작가 유르스나르
공간
‘봄에는 카페에서 삶을 논하자’ - 파리 산책
미술 전시의 3박자 - 루브르·오르세·퐁피두
영화 종주국의 전통 보존과 미래 전망
-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아름다운 항구의 처절한 역사 - 프랑스 라 로셸
열린 이름, 열린 공간, 열린 문화 - 땅속의 광장 지하철
문학의 향기로 세상을 비춘다 - 괴테의 집, 위고의 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 벨기에 브뤼셀 그랑 플라스
예술창조의 영감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
-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동질감과 감정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거리
- 중국 북경 류리창 거리
문화, 종교, 환경, 관광이 하나로
- 중국 해남도 남산 문화관광구
동양과 서양의 교차로 - 중국 반환 후 7년 홍콩
‘작은 파리’의 복합적 현실인식과 감각 - 베트남 호치민 시
민족문화 복원의 자존심을 건다 - 필리핀 문화센터
매연 속의 인간극장 - 필리핀의 지프니
작지만 큰 나라 -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문화의 불가사의
외래문화 유입 창구, 문화 다양성 보존현장
- 일본 고베 이진칸
역할분담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 - 일본 동경 국립극장
시간
사랑과 위로의 식탁
포도주와 함께하는 삶의 여유
설, 일상으로부터 깨어남과 삶의 축복
시인 대통령, 시인 정치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거센 물결
바캉스의 허와 실
벼룩시장이 보물시장으로
폭력취향 지향의 대중문화
지역문화 활성화, 이제는 잘해보자
디자인은 힘이 세다
‘한류’를 국가 브랜드로
빅토르 위고, 펜으로 남긴 253억
토론문화 정착, 왜 더딘가
합리성과 배려의 미학 - 에티켓
공연문화공간 활성화, 어떻게 해야 하나
지구촌 문화의 현주소를 찾아서…
바야흐로 문화의 세기. 지금까지 세계질서 구조가 군사력, 경제력에 좌우되었다면 앞으로는 문화 영향력과 그 수준에 따라 지구촌 시대의 서열이 가늠될 날이 펼쳐지리라고 예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지위를 누렸던 소련이 오늘날의 러시아로 힘을 잃어가는 동안 화려하고 격조 높은 러시아 문화를 보존하고 개발 육성하는 데 눈 돌릴 여력이 없었던 것, 반면에 프랑스가 독일에 비해 경제력은 뒤지지만 유럽연합의 쌍두마차를 이끌어가는 저변에는 문화대국, 예술강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면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익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실크로드다』는 한남대학교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사회문화과학대학원 문학예술학과 교수, 문학평론가로 문화와 문학평론, 문화정책과 기획 등 여러 분야의 강의와 집필,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이규식이 그 동안 ‘문화’에 대한 관심 아래 국내외 곳곳 발품을 팔아가며 쓴 다양한 글을 묶어 펴낸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의 온전한 문화공간을 꿈꾸며, 나아가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단조로움을 씻어줄 청량제로서의 문화예술이 구체적인 실물감을 가지고 다가올 날을 기다리는 동시에 이 책이 그러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
먼저 저자는 인간과 인간,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나눔과 교류의 가교(架橋)를 ‘문화의 실크로드’라 칭하며 그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인간
인간의 행복이란 ‘자유로움’이 아니라 어떤 의무와 자발적인 구속 속에서 그 해결을 위한 성실하고도 진진한 시도와 관계 맺음 가운데서 이루어진다.
이 Part에서는 보기 드물게 영원한 카리스마, 한국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김승호와 환상의 애드립, 최초의 래퍼인 코미디언 서영춘이 다루어지고 그 외에 영원한 외로움으로 떠돌았던 재불화가 박일주, 서도소리에 한평생을 바친 명창 김정연 등 우리 나라 문화인들에서부터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사진작가 로베르 드와노,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등 온 생애를 문화예술에 몸바친 유럽의 대가들을 만날 수 있다.
공간
예술가에게 행정상의 지번(地番)은 그리 의미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삶과 창조행위의 궤적을 통해 심성(心性)을 간직하게 된 푸근하고 그리운 곳, 바로 거기가 예술적 변용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의 산실인 것이다.
이 Part에서는 미술 전시의 삼박자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들 미술전시관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예술가의 자취를 간직한 생가,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외에도 동양권의 북경 류리창 거리. 베트남 호치민 시, 필리핀 문화센터, 앙코르 와트. 일본 고베 이진칸 및 동경 국립극장 등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시간
문화’가 21세기의 화두로 떠오른 지 상당기간 지났건만 피부로 느끼는 실물감은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문화의 동기유발력, 고부가가치, 그리고 실질 성장추세가 가파른 문화산업 등을 감안할 때 문화의 뿌리 가꾸기는 더없이 긴요한 일이다.
이 Part에는 세계 각 나라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풍습, 문화생활들이 잘 그려져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원래 ‘문화’라는 용어는 ‘숭배하다’(cultus)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에서 파생되어 ‘마음과 예의를 개발하고 세련되게 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문화는 인간이 이룩한 내면적 정신생활의 소산을 지칭하는데, 이렇게 볼 때 여러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은 한 나라 국민의 감성과 의식구조를 드러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공연예술 공간인 미국의 뉴욕 링컨센터같이 쾌적한 환경에서 향유하는 고급문화에서 호치민 시내 인민위원회 건물 앞 광장에 쭈그리고 앉아 음악에 몰두하면서 삶의 여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문화는 민족성, 기질, 역사, 가치관, 생활수준을 명료하게 드러내준다.
문화는 또한 자연과 대립된다. 즉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과 방식, 내용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비단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예술장르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 마디마디에서 소박하게 형상화되는데, TV를 보면서 신문을 읽으면서 또는 거리의 간판을 쳐다보면서 느끼는 단상과 나름대로의 성찰은 삶을 문화로 한 걸음 다가서게 한다. 우리는 또한 이 문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호흡하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 공간이 반드시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구축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가령 프랑스 파리에서 매주 수요일 발매되는 문화예술정보지 「파리스코프」같은 매체 또한 훌륭한 문화공간이 되어 일상의 반복과 중압감으로부터 정신과 육체를 해방시키는 문화콘텐츠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5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한 「파리스코프」를 뒤적이며 연극, 영화, 음악회, 전시회, 세미나, 문화유적지, 식당, 카페, 위락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얻는 작은 여유의 시간이 바로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에 역사의식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문화는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의 생활에서 부수적으로 여겨져 온 점이 없지 않다. 물질문명의 반영인 정신문화라는 식으로, 혹은 경제조건에 따르는 수동적인 것으로, 혹은 정치, 경제, 사회 영역과는 달리 상당히 부드럽고 부수적인 이미지를 띤다. 그러나 요즘 들어 부수적인 인간조건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개념에 대한 규정이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전화되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한다.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경제적 가능성과 부가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비중과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문화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지 이미 오랜 기간이 흘렀건만 피부에 와닿는 실물감은 아직 미미한 것이다.
시장원리에 바탕한 상업주의와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보를 따라가기 힘든 윤리, 의식의 문제가 그렇고, 범람하는 외래문화에 대한 거의 무방비의 수용자세가 빚는 갈등 또한 심각하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처럼 삶의 고단함과 의식의 혼돈에서 벗어나려는 단순한 욕망보다는 전향적으로, 즐거움의 창출을 통한 적극적인 문화 수용이 더욱 필요하다.
세계문화사를 통해 찬란한 빛과 영원한 생명력을 누리는 뒤켠에는 문화예술인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후원자들의 관심과 정성이 함께 해오고 있다. 인간사회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그러하듯 문화교류 역시 상대성을 갖는 쌍방적 흐름이라면 모름지기 ‘주고받는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 요컨대 인간과 인간, 공간과 공간, 시간과 시간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 중요하고도 필요한 길이 바로 ‘문화의 실크로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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