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2회 ‘문학과경계 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피아노소리』는 계간 『문학과 경계』가 공모한 1,500만원 고료 ‘제2회 문학과경계 문학상’ 장편소설부문 당선작이다. 응모된 67편의 작품 가운데서 『피아노 소리』를 포함하여 모두 6편이 본심에 올랐으며, 최종심에서 다시 3편을 두고 심의를 거듭하였다. 본심은 소설가 송기숙 선생과 소설가 한승원 선생,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이 맡았다.
2. 유린당한 땅에서 이루어지는 꿈과 좌절, 욕망과 분노의 삶
『피아노 소리』는 일산 신도시를 무대로 설정하여, 후기 산업사회 지구촌을 이루고 사는 여러 인간들이 보여주는 삶과 가치관을 점묘식으로 보여준다. 서울의 변방에 놓인 일산은 물신화된 자본주의 해방구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꿈과 욕망의 땅으로 비쳐진다. 그 안에 터를 잡고 살던, 도도한 자본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토박이들은 다시 일산 언저리의 파주로 밀려난다. 이곳에 러시아나 필리핀,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터를 잡는다. 그들에게 이 터는 꿈과 기회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된 욕망과 이지러진 분노가 뒤엉킨 유린당한 땅, 부유하는 땅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피아노 소리』의 작가는 월마트의 풍족함과 테러 당한 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교묘하게 안배하여, 그 욕망의 정체와 분노의 본질을 보여준다. 한편에는 더 많은 상품과 구매와 소유의 순환 고리로 보증되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 행복과 안락함은 보이지 않는 억압과 비애를 딛고 세워진 것이다. 어느 날 그 건너편에 서 있던 분노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그 난공불락의 거점을 폭파하고 만다. 『피아노 소리』에서 이 장면은 월마트에서 이루어지는 한 살인 사건으로 대체된다. “이놈의 세상, 폭삭 다 무너져버려라. (…) 간토야가 예의 그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는 또다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칼로 간토야를 찌르고 또 찔렀다.” 그날 밤 내내 TV 화면에는 두 대의 비행기가 박살낸 뉴욕 무역센터가 비쳐진다.
3.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
오늘날 우리 소설계는 탄탄한 서사 구조에 바탕을 둔 작품이나 역사적 안목을 갖춘 이야기보다 불륜이나 모호한 개인의 내면 의식을 감각적이고 섬약한 문체로 풀어낸 것이 많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결여되고 시대의 증언자와 고발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채 대중의 기호에 영합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피아노 소리』를 쓴 신예 작가는 젊고 싱싱한 목소리로 서사의 부활과 세상을 직시하는 눈을 부릅뜰 것을 권고한다. 뉴욕을 상징적 정점으로 위계의 서열에 끼어든 한국 신흥도시의 월마트와 파주, 러시아나 몽골의 노동자들을 통해 자본의 질서에 편입된 세계 안에서 개인의 삶은 어떤 가치를 지니며 그들의 삶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당대적 문제를 소설의 중심에 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의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4. 계간 『문학과 경계』가 주목하는 신예작가 김연화
『피아노 소리』의 작가 김연화는 1970년 제주도 대정에서 태어났으며 제주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중퇴했다. 그 자신의 말을 빌면 그는 동산의 팽나무가 밤마다 창호지 바른 창문을 두드리며 귀신의 울음소리를 내는 곳에서 『폭풍의 언덕』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학의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 후 소설 쓰기에 대한 열망을 안고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습작기를 거친 끝에 1,500만 원 고료 제2회 ‘문학과경계 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지금은 일산에서 전업 주부로 살고 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