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세계
Ⅰ. 작가의 삶과 시각콘텐츠
Ⅱ. 포토저널리즘으로 살펴보는 시각콘텐츠 분석사례
Ⅲ. 고통과 질곡의 예술적 승화
들라크루아의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
Ⅰ. 화가의 삶과 시각콘텐츠
Ⅱ.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으로 살펴보는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
Ⅲ.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과 <스타워즈>
다큐멘터리 <체코 드림>
Ⅰ. 감독의 삶과 시각콘텐츠
Ⅱ. <체코 드림>으로 살펴보는 시각콘텐츠 분석사례
Ⅲ. 성찰의 마케팅
민족지영화 <사냥꾼들>
Ⅰ. 감독의 삶과 시각콘텐츠
Ⅱ. <사냥꾼들>로 살펴보는 시각콘텐츠 분석사례
Ⅲ. 원초적 향수의 마케팅
일본 전통문화, 시각콘텐츠로 읽기
Ⅰ. 정원 속의 이상향_ 고라쿠엔
Ⅱ. 전통의 재창조_ 구라시키 미관지구
Ⅲ. 절제의 미학_ 긴카쿠 로쿠온지
Ⅳ. 영웅주의 역사미학_ 오사카성 덴슈가쿠
시각콘텐츠 읽기
Ⅰ. 시각콘텐츠 읽기의 유형과 논쟁들
Ⅱ. 시각콘텐츠 유형별 읽기
Ⅲ. 미완의 숙제들
참고문헌
우리시대 문화읽기의 핵심은 시각콘텐츠를 분석하는 눈에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삶과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저자의 작업은 우리 문화를 비판과 성찰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더 나아가 예술작품을 위시한시각이미지들이 문화콘텐츠로 발현하는 다양한 분석사례를 통해 우리 문화산업의 미래를 내다본다.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살가도의 사진세계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브라질의 사진작가이다. 정치적으로는 좌파였고 경제학을 전공했던 살가도가 전혀 다른 분야인 사진계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며 포토저널리즘계의 거장이 되기까지, 살가도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살가도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그가 카메라를 들이댄 대상들이 가난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아와 굶주림 속에서, 어두운 산업화시대의 뒷길에서 고향을 잃고 떠돌며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가난하고 헐벗은 인물 군상들을 카메라로 포착한 것이 살가도의 사진세계이다.
오늘날 그의 사진이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은, 기록적 가치의 포토저널리즘의 한계를 벗어나 예술적 가치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다. 그 동안 헐벗고 가난한 나라의 인물군상들을 사진으로 담아낸 작가들은 많았다. 하지만 살가도처럼 그 가난한 사람들의 형상에서 고귀함과 기품을 포착해낸 경우는 드물었다. 사람들이 살가도의 사진을 바라보며 우월감보다는 부끄러움과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의 작가정신이라 할 수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이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괴테가 극찬한 들라크루아의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
외젠 들라크루아는 아카데미 풍의 장르나 그리스 · 로마 시대의 조상을 복사해 놓은 것 같은 신고전주의 화풍에 반기를 들고 프랑스 낭만주의시대를 열었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새롭게 해석한 석판화 연작은 창의성과 역동성을 중시하고 인간의 미묘한 감정 표현을 섬세하게 담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그림으로 재현한 화가들은 많지만, 원작자 괴테가 극찬했던 들라크루아의 석판화 연작의 가장 큰 특징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를 동격으로 다루며 비극이 전하는 인간의 심리적 심연을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들라크루아가 인간의 심연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성찰을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창적으로 형상화한 능력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저자는 이 파우스트 석판화 연작과 영화 <스타워즈>를 비교하며, 고전문학이 오늘날 부활하고 있는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
성난 관객들에게 구타당한 감독들, 그 배반의 영상미학
1989년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 후 체코 사회에 만연한 소비주의는 ‘하이퍼마켓 중독’이라는 신조어가 사전에 등재될 만큼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프라하의 영화대학 FAMU에 재학 중인 비트 클루삭과 필립 레문다는 졸업작품으로 다큐멘터리 <체코 드림>을 제작한다. 그 내용은 자본주의 체제와 서구 자본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비주의와 인간소외 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영화는 제작 당시부터 첨예한 이슈들을 생산해냈다. 일반인들이 평소에 볼 기회가 없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 판매 컨설턴트, 광고기획자, 정치인 등이 활동하고 있는 무대를 영화로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의 작동방식과 사회적으로 만연한 소비문화를 고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이퍼마켓이 허구임이 밝혀지는 순간 두 감독은 헛걸음을 한 것에 분노한 사람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하고, 영화가 완성되기 전부터 사기극이 ‘다큐멘터리’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영화는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계몽을 위한 선전선동물이다”라는 동구권 영상미학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체코 드림>은 브레이트의 소격효과, 장루쉬의 시네마베리떼, 그리고 체코의 영화 전통이 결합돼 탄생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부시맨, 그들은 태초의 ‘원시’인인가?
1957년 존 마샬이 제작한 영화 <사냥꾼들>은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민족지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호의적인 시각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하고 뛰어난 자료라는 극찬이다. 반대로 상당수의 문화인류학자들이 이 영화를 비판하고 있다. 그 근거는 영화 속에는 부시맨이 왜 칼라하리 사막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이 백인이나 다른 이웃 부족들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는지는 무시된 채, 이 영화로 인해 부시맨이 오지에서 태초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수렵채집인으로 정형화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사냥꾼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에서 제3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표상이 서구에서 일방적으로 수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표상은 서구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맥락에 의해 탄생하였고, 논의도 거의 서구 중심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처럼 윤색된 표상들은 그 자체가 마치 진실인양 서구로부터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 그 예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도전 지구탐험대〉나 〈블루트레인을 탄 부시맨〉 등과 같은 공중파와 케이블 TV프로그램에서 아직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선들은 서구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제3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비판과 성찰을 통해 다시 한 번 가다듬을 때 진정한 세계인으로서의 책임과 윤리를 인식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상호공존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제3세계’ 출신의 이주민이나 노동자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 전통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본다
오늘날 전통문화의 의미는 단지 ‘옛것을 보존한다’는 차원을 넘어 관광산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민족의 자긍심을 키우고 결속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일본 여행길에 나선 저자가 구라시키 미관지구, 오하라 미술관, 긴카쿠 로쿠온지, 셋카타이, 오사카성, 덴슈가쿠 역사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주목한 것은 전통문화를 복원시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열의다. 그러나 덴슈가쿠 역사박물관 등의 경우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영웅들과 전쟁담 위주로 전시를 해 당시의 약자들의 삶의 질곡과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역사철학의 부재를 지적하는 저자는, 한국 전통문화의 현주소를 되묻고 있다.
오늘날 박물관의 가치를 단지 상업적 측면에만 측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란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고 확장되었는지, 과거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어떻게 살아서 지배하는지의 질문을 던지는 곳이 곧 박물관이고 전통문화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과거에 일어난 일로부터 우리가 성찰적으로 얻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묻고 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