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고독한 '말 걸기'
스테디셀러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로 수십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재진 시인이 '가슴이 따뜻한 시집'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를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독자들이 직접 가려뽑은 '가을에 아름다운 시'들을 중심으로 몇 편의 신작들이 더해졌다.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는 시인이 미지의 독자에게 던지는 고독한 '말 걸기'이자 한밤중에 마음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에게 띄우는 편지다. 그 편지에는 우리의 눈시울을 젖게 하는 사랑도 있고, 혼자 삭이고 싶은 아픔도 묻어 있다. 가을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겉으로 드러나는 풍요의 기쁨부터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고단함, 가을바람의 쓸쓸함, 그리고 물밀듯 밀려드는 그리움까지 다양하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해준다.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는 김재진 시인의 독특한 서정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시집이다. 그의 시는 시대 유행을 좇아 어설픈 폼을 재거나 세련되고 빤질대는 언어로 읽는 이들의 눈을 혹하게 하거나 제 잘났다고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나 쉽게 느끼는 감정의 올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읽는 이의 심금을 조용히 일렁이게 만든다. 더불어 그의 시 밑바탕에 깔린 삶과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은 오랜 여운과 울림을 갖게 만들어준다. 그것이 김재진 시가 살아 꿈틀댈 수 있는 힘이다. 오랫동안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 읽을 때마다 색다른 맛을 보여주는 시, 잊고 지냈던 사람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시,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같은 시... 그래서 그의 시는 늘 흔들림이 없고 빛난다 깊어가는 가을,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속에서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넉넉함과 가슴속 온기를 누군가에게 전해보라.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