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의 힘이라도 빌려 풀어야 할 절박한 아이들의 문제
아이들의 눈높이로 정확하게 내려와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귀한 재능입니다. 그 귀한 재능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최고 동화 작가로 꼽히고 있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유형을 가지고 쓴 동화 《우리들의 행복 놀이》가 나왔습니다. 뇌스틀링거는 마치 현실적인 문제를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푸는 것은 문학의 역할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작가는 마치 초자연적인 힘에 기대어 한 부족의 재앙을 물리쳐 주는 주술사 같은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점점 더 가속회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한 징후인 이혼 문제, 학교 폭력 문제, 물신 숭배 문제, 차별 문제들에 부딪치면서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살피고, 어떤 해방구라 할 만한 공간을 제공하고 그곳에서 아이들의 아픔을 치료합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그럼 아이들 지하실로 와 봐!
피아 마리아 티랄라라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나이는 예순넷이고 벌써부터 퇴직하여 집 안에서 생크림 과자를 먹으면서 창 밖이나 내다보는 게 일이지요. 어느 날, 평소처럼 창밖을 내다보는데, 늘 골목에서 빈둥거리곤 하던 동네 아이가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골목의 담들을 기어올라 너도밤나무 뒤로 사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궁금함을 이길 수 없어 피아 마리아는 그 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 집에는 사십 년 전에 죽었지만 너무 심심해서 다시 살아나기로 한 남자 친구 페리가 살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이 모두 페리를 사부님이라고 불렀어요. 아이들은 페리의 집 지하실에서 행복 놀이 를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담을 기어 넘었던 거예요.
동네에서 못생기기로 소문난 아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아이,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인 아이,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얼굴도 구경하기 힘든 아이, 토요일엔 아빠 집에서 일요일엔 엄마 집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들이 모두 페리네 집 지하실에 모여 한 사람씩 탈의실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파란 연기 고리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아이들은 모두 자기가 꿈꾸던 모습으로 바뀌게 되지요. 아이들 행복 놀이의 사부인 페리가 아이들 행복 놀이를 보고 놀란 피아 마리아 티랄라에게 부탁을 했어요. 동네 푸줏간 집에 앤디라는 아이가 있으니 그 아이의 보모가 되어 달라는 거였어요. 그 아이도 행복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담을 기어 넘게 도와주라는 거였지요. 피아 마리아 티랄라는 깡마른데다 겁이 너무 많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담도 넘지 못하는 앤디를 어떤 방법으로 도와주었을까요?
아이들한테는 행복 놀이가 필요해
아이들이 지하실에 모여서 뭘 하느냐는 피아의 질문에 페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이들이 무어 그리 불행한 게 있다고 행복 놀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걸까요? 어른들에 견주면 아이들은 머리 아플 일이 없고 삶의 무게도 덜하여 대체로 행복하리라는 것이 우리들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행복 놀이》에 나오는 아이들은 페리의 집에 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담벼락을 기어 넘습니다. 아이들 모두 저마다 자기가 그리는 행복을 얻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을 동화를 주로 써 온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아이들의 ’조그만’ 불행에 주목하였습니다. 형제가 많아서 늘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의 소박한 욕심이나 부모님과 마당에서 그네를 타는 것이 소원인 아이의 간절한 마음을 팬터지를 빌려 따뜻하고 즐겁게 표현하였지만 그 웃음 속에 아이들의 진실이 감춰져 있다는 것도 넌지시 비추고 있습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