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화인가?
상상력과 창조력이 중심에 선 첨단 21세기, 신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어린이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의 복잡한 계보도를 훤히 꿰뚫고 있으며, 읽기에도 어려운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을 달달 외우는 것을 놀이로 여긴다. 차츰 신화 서적은 교양과 놀이를 위한 필독서가 되어가고 있다.
왜 동양 신화인가?
지난 해, 전세계 어린이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의 두드러진 경향은 동양으로의 관심 집중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동양으로 쏠리고 있는 이 때에도 여전히 신화 하면 동양 신화보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고, 이제는 매일 저녁 텔레비전 만화로도 방영되고 있다. 대형 서점에 가 봐도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양 신화는 고작 스무 권 남짓이며,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동양 신화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스 신화 관련 도서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화나 동화, 논술 관련서, 스티커 그림책 등 다양한 형태로 잇달아 나오고 있는 반면, 동양 신화 관련 도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동양 신화에 대한 관심 부족과 동양 신화가 서양 신화보다 흥미롭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 신화는 서양 신화 못지 않게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어린이 동양 신화’는 동양 신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더 나아가 서양 물질 문명의 병폐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동양 사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고유한 동양의 정신 문화를 지키고 알리려는 노력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 - 열려라, 하늘 땅!
온통 어둠뿐이었던 달걀 같은 세상을 깨뜨리고 나와 빛을 만들어 낸 반고, 죽어서 그의 눈은 해와 달이 되었고 피는 강이 되었으며 살은 비옥한 밭이 되었다. 또 마지막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뒤 뱀의 하체를 가진 여신 여와가 나타나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괴물이 무너뜨린 하늘을 거북의 네 다리로 받쳐 주었다. 그 때 생긴 상처는 여전히 저녁이 되면 붉은 노을이 되어 나타난다. 대홍수가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이 모두 멸망했을 때 조롱박 배에 숨어 목숨을 구한 오누이 복희 남매는 결혼하여 오늘날의 사람들을 낳았다. 불이 없던 시절, 세상을 여행하던 수인은 수명국이라는 나라에서 빛이 나는 신비한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뭇가지를 비벼 불꽃을 일으켰다. 그것이 사람이 만들어낸 최초의 불이었다.
과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그 소박한 이야기 속에는 대자연의 운행을 설명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옛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노력이 숨어 있다. 창세 신화를 처음 만나는 순간 어린이들은 서양 신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동양의 정서를 느끼고, 더 큰 상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어린이 동양 신화’의 삽화는 국내 만화계의 독보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가 맡았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채와 세련된 도시적 감성의 그림이 특색인 그만의 독툭한 캐릭터들은 동양 고대 신화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수채화 속에 녹아든 분위기와 장면 연출은 어린이들을 신화의 세계에 한층 더 가깝게 해 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