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크게 하는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자라지 않는 왜소증을 앓고 있는 유진, 조로증으로 세포들이 너무 빨리 늙어 버려 11살의 나이에 이미 50살 이상 먹은 노인처럼 되어 버린 대니. 8개월쯤 전에 병원에서 잠깐 만났을 뿐인 두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남아 있는 단서라고는 창문에 걸쳐져 있는 이사 올 때 쓴 노란 비닐끈과 창고에 떨어져 있는 동물의 털과 양초 자국 그리고 잠긴 컴퓨터뿐.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칼 형사는 이런 단서들을 토대로 조금씩조금씩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비밀은…….
<비밀의 계단>은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장편 동화이다. 칼 형사가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논리적이면서도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왜소증과 조로증으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를 이해하며 다친 개를 따뜻하게 감싸줄 줄 아는 유진이와 대니, 혹시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과잉보호를 하지만 그 마음 가득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는 부모님, 아이들에게 입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점박이, 아이들을 부모님의 품에 되돌려 주기 위해 묵묵히 수사를 계속하는 칼 형사, 인간 복제를 통해 죽은 아들을 다시 되살려 내려는 버블 박사… 이들에게서 우리는 ‘사랑’을 찾을 수 있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뉴스를 보면 인간 복제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인간 복제는 이미 공상 과학 소설에 나오는 먼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 복제를 포함한 생명 과학을 통해 사람들의 불치병을 고치고, 사람의 장기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원하는 지능이나 외모를 갖춘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고, 생명 경시 풍조가 생기게 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인간 복제, 그것이 과연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해 줄지, 아니면 재앙을 가져다 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비밀의 계단>을 통해 생명 과학과 인간 복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