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은 없다
구질구질한 학교는 싫어
혼자 노는 슬리퍼 계집애
나를 좋아해 주는 선생님
슬리퍼 계집애의 낙서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선생님의 빨간 스포츠카
너희들만의 크리스마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사라지고 싶어
누군가는 알고 있다
머리칼을 자르듯이
내 편이 있다
아빠 꽃을 찾으러 왔단다
옮긴이의 말
겹으로 둘러싼 시련들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놓이는 상황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에 떠밀리곤 한다. 특히나 가족에게 큰 일이 일어나면 아이들은 그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열한 살 소녀 비니는 얼마 전 아빠가 암으로 세상을 뜬 것을 시작으로 이제 저 스스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 속으로 자꾸만 빠져든다.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로 이사를 가야 하고, 그 때문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이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질구질한 촌구석 학교를 다녀야 한다. 더구나 자기의 이런 상황을 헤아려 주는 식구는 하나도 없고, 엄마는 아빠의 죽음 이후로 입을 닫아 버린 동생에게만 온갖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붓는다. 역시 할머니네 집 시골 동네는 이상한 곳이다. 학교도 마음에 안 들고 친구들도 마음에 안 든다. 더구나 비니에게 말을 붙이는 유일한 아이가 늦가을에도 고무슬리퍼를 신고 땅바닥을 쓸고 다닐 것 같은 긴 치마를 입고 다니는 아이라는 것도 싫기만 하다. 한 가지 비니의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담임선생님. 비니는 이 상냥한 남자 선생님이 틀림없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믿고는 오로지 선생님 하나만을 의지하면서 서서히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비니는 선생님이 곧 결혼을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혼자 마음에 품었던 선생님이 결혼이라는 현실 제도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 아이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어떤 것일까.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자기에게만 친절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친절했다. 이제 비니가 선생님에게 품었던 풋사랑은 비니에게 은총이 아니라 시련이 된 것이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나가는 아이들의 모습
비니는 마음속의 폭풍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기를 “감쪽같이 속인” 선생님의 차에 깊은 흠집을 내고 만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가 한 짓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낸다. 하지만 학교에서 ‘범인’으로 찍은 아이는 비니가 아니라 학교에서 유일하게 비니에게 말을 붙이곤 하는 고무슬리퍼 소녀였다. 하지만 비니는 알 수 있었다. 그 아이야말로 그 짓을 한 건 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을. 두 차례 뉴베리 상을 받은 캐더린 패터슨은 비니를 통해 아이들은 사실 날마다 새로운 소용돌이가 나타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더없이 평온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의 일상은 어른들의 일상보다 더 격렬하고 소란스러울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비니가 열한 살 가을에 겪은 마음속 아픔과 갈등이 아주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아픔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성장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짐들을 떠맡기 일쑤인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이겨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