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들킬세라 들쥐는 길에서 주운 치즈를 입에 넣고 뒷짐을 진 채 둘레를 살피기 바쁩니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지요. 길모퉁이를 돌자마자 친구 셋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개, 돼지, 고양이의 표정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순간, 고양이가 "너 또 늦었구나."라며 쏘아붙입니다. 들쥐는 얼른 말을 돌리려 "이제 뭐할 거냐?"라고 물어요. 아무리 늦었지만 세 친구의 반응은 너무나 냉랭합니다. 친구들을 실망시킨 죄값을 치르려는 들쥐의 노력은 계속되지요. 숲에 가자고도 해 보고, 새들을 골려 주자는 짓궂은 제안도 해 보았지만 허사였어요. 잔뜩 주눅 든 얼굴로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말했습니다. “그럼 쓰레기장에 가자, 어때?” 쓰레기장은 들쥐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입니다. 세 친구는 썩 내키진 않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의 심통에 짓눌린 들쥐의 기분은 쓰레기장에서 말끔히 사라졌어요. 몇 년 전부터나 갖고 싶었던 주머니칼에, 낡았지만 토스터에다 봉지를 뜯지 않은 치즈 덩어리, 여기에 하나 더 보태 그 누구의 코도 아닌 들쥐의 코에만 걸쳐지는 선글라스까지. 그런데 들쥐가 정말로 놀랄 일은 그 다음에 벌어지지요.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