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귀엽고, 당차고, 자기 주장이 강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본 내용에 들어가기도 전 주인공 여자아이는 바지를 보며 뿌드득 뿌드득 이를 갈지요.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해요.
왜 누구는 항상 새 옷만 사 주고 누구는 항상 다른 사람이 입던 헌 옷만 물려 준단 말인가?
아하! 그제야 책 속 여자아이가 화가 난 까닭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웃음짓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형제 자매가 여럿 있는 집의 둘째나 막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언니나 오빠, 또는 형의 옷을 밑의 동생에게 물려받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주인공 나는 불만 투성이랍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자신의 옷장까지 공개하며 물려받은 옷들을 보여 줄까요? 이것으로 어른들의 불공평함에 대한 아이의 신랄한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그들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순수함까지 있지요. 그 강력히 내뱉는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정말 너무 하구나 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혹은 이 책 속 엄마처럼 그렇지 않다고 타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 속 여자아이가 독자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멋지게 해결해 주기? 아마도 책 속 주인공 여자아이는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우리의 아이, 그 모습을 보는 즐거움, 내 동생을 생각나게 하는 즐거움, 그리고 그 옛날 내가 생각나는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