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뿔>은 언제나 특유의 감각과 통찰력으로 마음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 이외수가 18년 만에 내놓은 우화집이다. 천하만물의 진리와 사랑도 진정한 깨달음이 없다면 욕망과 허영에 불과함을 일깨우는는 작가는 깨달음의 길이 담긴 우화상자를 열어 보인다.
▶ 우화(寓話)가 아닌 우화(寓畵)라는 새로운 형식의 매력
이 책의 형식은 그림이 있는 에세이나 단순한 우화집이라고 하기에는 완벽하게 새롭다. 왜냐하면 <외뿔>에서 이외수는 우화(寓話)가 아닌 우화(寓畵)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에세이적인 감성이 넘치는 글||^과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작가의 기존 어느 작품과도 또 어느 작가의 작품과도 차별되는 <외뿔>만의 독특한 매력을 내뿜는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도 힘들기는 했지만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 1천 장의 파지로 그려낸 작가의 신작 그림들은 텍스트 읽기의 한계를 넘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이 작품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텍스트 읽기의 힘겨움으로 책과 거리가 멀어진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 "어디로 가십니까" 라는 우리 고유의 인사는 깨달음을 묻는 화두
<외뿔>의 화자는 도깨비 몽도리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세 살짜리 어린얘지만 인간의 나이로 치면 백살이나 먹은 도깨비다. 모든 도깨비는 오십 살이 되면 통과 의례인 화두를 배당받아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몽도리의 화두는 ||^어디로 가십니까||^다. 그러나 이백 살이 되기 전에 이 화두에 대답하는 인간을 만나지 못하면 천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허공에서 소멸하고 만다. 지상에서 오십년을떠돌고도 그 화두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몽도리는 소설가 이외수의 손을 빌려 자신이 간직한 우화상자(寓畵箱子)를 인간들에게 전달해 주고자 한다. 그런데 몽돌이가 내려 앉은 춘천시 의암호 물속 세상 역시 욕망과 허영에 빠진 인간 세상의 축약판이다. 의암호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물벌레는 보잘 것 없는 외모와 나약함 때문에,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금붕어에게, 떼로 몰려다니며 힘을 과시하는 납자루떼에게,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베스에게 늘 시달리는 존재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호수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이 작은 물벌레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 육안, 뇌안, 심안, 영안. 당신은 지금 어떤 눈을 뜨고 있는가?
작가 이외수는 인간 누구나 지니게 마련인 열등감이 세상을 향한 모든 욕망과 허영의 한쪽 끝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욕망을 낚는 미끼로 재산, 권력, 학벌, 신분, 미모 등을 쫓는 우리의 모습을 우화한다. 작가는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기는 물풀의 흔들림을 통해 일체의 갈등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진 합일의 상태를 표현하면서 이 물풀을 통해 진정한 사랑도, 진정한 깨달음도 이 합일에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네 개의 눈, 즉 육안, 뇌안, 심안, 영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 그중 하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모습을 달리한다. 이렇게 <외뿔>은 합일, 즉 조화를 통한 깨달음으로 자신을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육안을 벗어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깨달음의 화두에 대답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단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탐독하는 자만이 그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특이한 책
이 책을 만들면서 편집자는 다른 책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읽을 때마다 작가가 교묘하게 배치해 놓은 새로운 사실들을 한 가지씩 줍게 된다는 사실. 그래서 마치 퍼즐을 풀듯이 읽을 때마다 이번에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마술상자 <외뿔>은 천천히 읽을수록,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그 맛이 깊어지는 책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